예정된 전쟁 – 그레이엄 앨리슨

0EF75FD1-3A9E-407E-9847-0EA3F1BC5D0B

예정된 전쟁 – 그레이엄 앨리슨 (2018)

Destined for War – by Graham Allison (2017)

미국에서 2017년에 나온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2018년 1월에 출간되었다.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의 저자 안병진 교수가 ‘예정된 위기’라는 책에서 몇 번 인용했던 그레이엄 앨리슨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의 전망에 대해서 기술한 책이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1977년부터 89년까지 하바드 케네디스쿨 학장이었고, 레이건 정부와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 특보, 국방부 차관보를 지내기도 했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 투키디데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부터 시작해서 최근 500년의 정치사를 돌아보고, 중국의 정치 구조 및 가치 체계를 분석한 뒤에 오늘의 미국 사회에 몇가지 제안을 한다. 그 네가지 제안은 한국 입장에서는 다소 섬찟하기도 하다.

저자는 과거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미국과 중국은 전쟁에 이를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본다. 상호 파멸적인 전쟁을 피하기 위한 저자의 제안 네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서태평양에서의 미국 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둘째,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렇게 대우하라. 셋째, 팍스 아메리카나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우니,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을 짜라. 넷째, 미국의 당면 과제는 해외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현재의 정치 체제를 개혁하고 새롭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저절로 쇠락 할 것이다.

피터 자이한과는 다른 맥락에서 그레이엄 앨리슨도 미국의 질서 있는 후퇴를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요새 읽는 거의 모든 책의 방향이 유사하다.

미중 관계와 별도로,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일들은 현재의 한일 관계의 모습과도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다. 한일 관계의 회복과 평화적 관계의 지속을 위해서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떤 일들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중요한 책을 신속하게 번역해준 출판사에 고맙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수한 번역 오류와 타이포로 얼룩져 있다. 1,000마일을 1,600 킬로미터가 아닌 160만킬로미터라고 번역하는 정도면 좀 심하다.)

*******************

아래는 책 내용 요약이다.

****************

저자는 중국이 오늘의 세계에서 가장 큰 행위자로 부상했다고 하며, (다른 여러 지표도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총 성장의 40퍼센트가 단 하나의 국가, 바로 중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고한다. 경제적 발전 뿐 아니라 군사적 발전도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면서, 미국의 힘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는 것을 이제는 미국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을 얘기한다. 상승하는 중국과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 이 두 국가가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조정해 나가게 될 것인가.

저자는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으려 한다. 시작점은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저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이다. 이 책은 페르시아와의 전쟁 이후 평화롭게 공존하던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어떤 과정으로 전쟁으로 빠져들어가게 되었는지를 그린 역사서이다. 투키디데스에 따르면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에게 위협적으로 등장할 경우에, 그에 따른 정치,경제, 심리적 압박 때문에 전쟁에 이르게 된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투키디데스의 직관은 대부분 들어맞았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서, 1세기 전 독일과 영국 사이에서 전쟁으로 나타났고, 50년대와 60년대의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도 위기를 만들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이렇게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세력이 지배 세력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위협을 해올 때 발생하는 피하기 어려운 혼란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자는 지금 궤도에서 수십년 안에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지금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높다고 본다. 하지만, 전쟁은 필연적이 아니라고 한다.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난 500년간의 역사에서 신흥 세력이 지배 세력에 도전한 열여섯 개의 사례를 찾아냈다. 이 중 열두 개의 경우가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15세기의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갈등의 경우는 로마 교황의 중재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16세기에서 20세기 중엽까지의 사례 13개는 1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쟁으로 이어 졌다. 대표적인 전쟁 사례는 제1차, 2차 세계 대전이다. 유일하게 전쟁이 회피된 경우는 20세기초 영국의 패권에 도전한 미국의 경우다. 당시 영국은 부상하는 독일에 집중해야 했고, 미국이 워낙 빠르게 강성해졌기 때문에 영국은 이미 미국에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이후의 사례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지막 사례는 90년대 이후 유럽에서의 독일의 부상인데, 유럽 연합내에서 독일이 비무장인 상태로 정치,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주변국이 용인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저자는 중국이 어떻게 미국과 문화적으로 제도적으로 역사적으로 서로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서로 어떻게 오해할 수 있는지 기술한다. 저자는 미국의 가치를 중국에 강요하는 모습이어선 안된다고 하며 미국은 중국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과거의 역사적 사례에서 찾아낸 교훈과 중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갈등 해결에 필요한 열쇠를 사례 별로 찾아서 제안한다.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과거의 역사에서와 같이 현명한 선택들을 해 나가야하는 네가지 중심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첫째,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을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중국과의 핵전쟁을 피해야 한다면,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일이 미국의 핵심 국가이익이 아닐 수 있다고 한다.  남중국해의 작은 섬이나, 타이완의 주권이나, 필리핀의 방어 등은 미국의 생존 자체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둘째, 중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라.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자국의 국가 이익을 추구할 때 가장 공평하게 이익을 나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려는 것을 인정하라.

셋째, 전략을 짜라.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현상 유지에 집착하지 말라. 경제적 힘의 균형추가 극적일 정도로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현상유지 입장은 유지되기 힘들다.

넷째, 나라 안의 도전들에 더 집중하라. 오늘날 미국의 안보에 가장 큰 도전 한 가지는? 세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한가지는? 저자는 이 두 질문의 답이 미국 정치 체제의 실패라고 본다. 현재와 같이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들간에 신뢰가 무너진 채로 내버려 두면 미국은 저절로 내리막길을 걷게될지 모른다.

이상 네가지를 제안하면서 저자는 우리의 운명은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우리의 별자리에 있는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말로 책을 마친다.

 

******************************

 

아래는 저자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서 기술한 부분의 요약이다.

******************************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서 스파르타와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 국가는 연합군을 결성하여 싸워 이겼다. 이후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30년 평화 조약을 체결하고, 자국 내의 일에만 집중하였다. 스파르타는 군사 비용을 절감하고, 이웃 나라들과의 오랜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 아테네는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에게해에 영향력을 넓혀갔다.

처음에는 아테네의 성장이 스파르타에 물리적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스파르타와 그 동맹국의 군사력이 아테네의 두 배가 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테네는 페르시아와 싸우기 위해 결성했던 방어적 동맹 네트워크를 해양 제국으로 변화시켜 나갔다. 다른 동맹국으로 하여금 해군을 포기하게 하고 아테네 함대에게 보호 비용을 지불하게 함으로써, 해상 무역망을 확장시켰다. 각지에서 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아테네는 점차 강해져 갔다. 스파르타를 당황하게 한 것은 아테네의 확장에 대한 야망에 한계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차츰 긴장이 누적되다가 결국 불꽃이 점화되고 말았다.

스파르타의 주요 동맹국 코린토스와 중립국 코르키라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고, 코르키라가 아테네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모두 전략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아테네 입장에서는 함대를 파견하면 스파르타를 자극하게 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코르키라를 합병한 코린토스는 아테네의 위험이 될 것이었다. 스파르타 입장에서는 아테네가 함대를 파견하여 동맹국이 코린토스를 공격하면 중립을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스파르타의 왕 아르키다모스 2세는 아테네의 제1시민인 페리클레스와 사적인 친구였기에 아테네의 관점으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스파르타인이 이런 갈등 상황에서 이성 보다는 감정에 더 좌우되고 있다는 사실을 위험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스파르타 의회를 향해 절제를 호소하면서 아테네인을 악마로 만들지도, 스파르타 정부의 대응력을 만만하게 보지도 말아달라고 설득했다.

”우리는 적을 염두에 두고 대비할 때마다 일단은 적의 의도가 선한 것이라고 가정하고 봅니다.”

하지만 스파르타의 매파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동맹이었던 코린토스도 강경했다. 투키디데스는 “스파르타인들이 전쟁 선포에 찬성하는 투표를 한 까닭은, 아테네가 성장함에 따라 이미 그리스의 더 많은 지역이 아테네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아테네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력해질까봐 두려워 했기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한다.

아테네 입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아테네 시민들은 스파르타에 더 이상 머리를 숙일 생각이 없었다. 페리클레스는 그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충돌하였고, 30여 년에 걸친 전쟁으로 인해 아테네는 무너지고 스파르타는 쇠락하였다. 그리스 문화의 황금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모두 전쟁으로 인해 각자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파괴해버리고 말았다. 투키디데스에 다르면 근본적인 원인은 신흥 세력과 지배세력 간의 구조적 긴장이 얼마나 깊은가에 있다. 상호 경쟁이 두 나라를 교착상태에 빠트리는 일이 여러 번 이어지면서 각자의 정치 구조 안에서 가장 열성적인 목소리가 갈수록 더 높아지게 된다. 자존심을 세우는 목소리와 상대국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날카로와진다. 평화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목소리에 대한 도전은 점점 더 강해진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가 계속 성장하면서 강해질 수록 스파르타의 두려움도 커져감에 따라 두 나라가 서로 전쟁을 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양국 모두에서 훌륭한 정치가들은 전쟁은 재앙이라는 경고를 하면서 전쟁을 막으려 했지만, 양측 모두 전쟁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광고
카테고리: Uncategorized | 댓글 남기기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 안병진, 북저널리즘

E540831F-55D5-420A-A2E7-0B256ED1CB35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 안병진, 북저널리즘

저자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깨는 트럼프의 행동을 예로 들면서, “트럼프는 그 자체가 수수께끼”라고 한다. 저자는 트럼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몇가지 질문을 던지고, 각 장별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 나간다.

저자는 트럼프 현상이 일시적인 일탈이 아니라 오랜 변화가 누적된 결과라고 본다. 오바마와 트럼프는 서로 이질적이지만, 그들의 정치는 공통점을 가지는데, 그것은 미국이란 제국이 이제는 세계로부터 질서있는 퇴각을 해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아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보여주는 인종주의, 반지성주의는 19세기에도 나타났었고, 1960년대 닉슨의 대선 레이스 때도 나타나서 레이건 시대까지 이어졌다. 오바마 정권 후반부의 확대되는 소득 불균형과 흑인과 히스패닉의 증가하는 영향력은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의 분노와 공포에 기반한 트럼프 현상을 나타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재선에 트럼프가 성공하던 아니던, 미국 사회의 변화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저자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다가올 충격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이란 제목으로 마무리 한다.

피터 자이한은 미국외의 다른 지역의 미래에 대해서는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을 했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낙관주의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 안병진 교수는 미국 사회 내부의 소득 불균형의 확대로 인한 저소득층의 분노가 인종주의로 나타나는 현재의 경향이 일시적이지 않다고 보면서 미국 사회 역시 혼란의 시기로 접어들것으로 전망한다.

 

**********************************

아래에는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1. 트럼프가 상징하는 지금의 혼돈은 자유주의 질서에서의 일시적 반항과 일탈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작으로 가는 한 시대의 끝일까?

저자는 현재의 미국을 하강기에 접어든 제국으로 파악한다.  클린턴 집권기가 마지막 파티의 시기이며, 오바마는 집권 후 ‘담대한 희망’ 보다는 ‘질서 있는 후퇴’가 필요한 시대라는 걸 점차 깨달았다고 한다. “트럼프 시대에는 디스토피아의 분위기가 지배한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와 평형의 불가역적인 붕괴로 인해 불타오르는 증오감, 격렬한 갈등과 혼돈, 그리고 불확실성의 시기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내부적으로는 정치와 문화에서 권위주의가 득세하면서 타자에 대한 폭력적 정서가 강화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가 강조 된다.

과연 트럼프는 과거 질서로부터 이탈 및 새로운 질서의 구축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트럼프의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과 일전을 벌여야 하며, 동시에 불필요한 외부로의 확장으로부터 대거 철수해야 한다. 트럼프가 드러내는 혼돈과 모순은 미국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2. 트럼프는 천재 협상가인가, 아니면 그저 개자식일 뿐인가?\

애런 제임스는 2016년 출간한 ‘개자식 – 도날드 트럼프 이론 (Assholes – A Theory of Donald Trump) 에서 트럼프의 성격유형을  Asshole 이론으로 진지하게 학문적인 개념정의를 했다. ‘Asshole’은 세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아주 일관되게 자신의 특권을 추구한다. 둘째 애초부터 자신은 특별한 인간이라는 왜곡된 관념에 기초해서 움직인다. 셋째 다른 이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사과할 줄 모른다. 트럼프는 자신이 부자이고 승자이며 최고이기에 초월적 자유를 가진다고 진정으로 믿는다. 트럼프의 시대분위기를 포착하는 감각과 포퓰리스트 배우로서의 기질이 Asshole 캐릭터와 잘 조합될 때에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협상 현장에서 실리를 잃어버린다. 시리아에서 철군한다는 트럼프의 즉흥적인 발언은 참모들을 당황하게 했었고, 참모들과의 협의가 없었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의 절반 감축 명령 또한 탈레반에 대한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자초하기도 했다.

3. 트럼프는 오바마와 얼마나 다를까?

오바마와 트럼프는 이질적인 존재이다. 출신 배경에서부터 정치 스타일까지 어느 하나 공통점이 없다. 그러나 이 두 대통령은 미국이 제국으로서의 황혼기를 맞이했다는 걸 깨닫고 기존 패러다임의 혁신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오바마는 정치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진행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부상 때문이었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방어적인 도광양회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세적 태도가 증가하면서 2010년 힐러리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이슈화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과격해 보이는 중국 길들이기는 오바마 시절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오바마가 추진했던 TPP는 중국의 부상을 경제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 트럼프는 집권 후 TPP를 거부했지만, 그가 새로 추진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사실상 부활했다. USMCA는 향후 미국의 모든 양자 협정의 기준이 되었고 사실상 중국 봉쇄 조약이기도 하다. 결국 오바마와 트럼프의 차이는 그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지향성은 다르지 않다.

4. 트럼프 현상의 아버지는 누굴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오바마 시대 후반에 가득하던 진보주의에 대한 리버럴 진영의 낙관적 자신감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놀라운 일이었지만 다시 미국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 정치에 면면히 흐르는 인종주의에 편승하는 정치 세력이 지속적으로 존재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의 저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사회적 질서가 동요하는 시기에는 백인 기독교 문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타자에 대한 공포에 소구하는 반지성주의 태도의 선동가형 리더가 등장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타자에 대한 공포 및 배제를 특징으로 하는 극단적 운동은 1840년대에서부터 시작하여 1960년대 앨러배마 주지사 출신의  조지 윌리스의 백인 우월주의 운동, 1990년대 팻 부캐넌의 공화당 예비 경선 도전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재생산되어 온 미국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다.

1960년대 공립학교 인종 통합 반대의 핵심인물이었던 월리스 앨라배마 주지사의 정치적 부상은 흑인들의 부상에 따른 백인들의 공포를 배경으로 했다.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월리스의 선거 유세 스타일은 전형적인 반지성주의 스타일로 타자에 대한 막말과 강력한 원초적 에너지를 특징으로 했다. 1968년 대선에서 닉슨은 월리스의 인종주의 색채를 받아들여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동원하는 전략을 시도하여 대선을 박빙의 승리로 이끈다. 이후 닉슨과 레이건을 거치며 공화당은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의 분노와 타자에 대한 적대감 및 반지성주의를 체계적으로 이론화하고 이를 선거 전략에 활용하는 데 출중한 능력을 발휘한다.

오바마 시대는 클린턴 시대를 능가하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트럼프는 월리스 류의 인종주의 및 반이민 정서를 강력히 대변하여 공화당 내 다른 세력을 압도했다. 지금 보수적 백인 남성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만이 아니라 잠자던 거인인 히스패닉이 깨어나자 공포에 몸을 떤다. 트럼프 현상은 다시 좋았던 과거 백인 지배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의 절망적 황혼기 몸부림이다. 트럼프의 정치 운명은 4년의 임기로 끝날지 모르지만, 트럼프주의 현상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5. 트럼프는 시스템에 길들여질 수 있는가?

트럼프 이후 미국의 정교한 관리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 안보에 대한 판단은 대개 정치적이고 충동적이며 주로 과거 사업가 시절부터 형성된 선입견에 의존한다. 트럼프는 행정부 직원들이 총수를 위해 충성하는 회사원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고, 의회는 말만 많고 음모나 꾸미는 비생산적인 집단에 불과하다. 정치를 생산적 정치와 비생산적 정치로 구분하는 파시스트의 인식 구조와도 유사하다.  이런 트럼프에게 남은 장애물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을 포함한 의회와 뮬러 특별검사이다. 미국 건국의 시조가 설치해 놓은 촘촘한 견제망은 아직도 미국 공화국을 지탱하는 힘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자의적 통치는 이슈가 반복되면서 벌써 사람들에게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처음에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던 권위주의적 조치와 담론들이 반복되면서 그저 일상적인 것으로 수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의 일상화는 공화주의의 근간인 법에 의한 지배의 권위를 잠식시키고 결과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정서가 격화시킨다. 트럼프의 특징은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금권 사회의 결과다.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협력과 신뢰보다 경쟁과 힘의 논리가 앞서기 시작했다 한다. 즉, 트럼프는 공화국 파괴의 원인이 아니라 누적된 파괴의 결과이자 완성이다. 오늘날 타자에 대한 공감 결여와 극도의 혐오 및 폭력이 만연하기 시작한 미국사회는 악이 창궐하는 사회가 아니라 할 수 없다. 트럼프 현상의 진정한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민주 공화국의 핵심을 지켜낸 뉴딜과 전 유럽에 미국 모델을 퍼뜨린 마셜 플랜으로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지금 민주 공화국의 훼손과 그 결과로서 트럼프의 집권, 가치의 침식은 미국의 어두운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

 

6. 트럼프 이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치 지형상으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민주당은 흑인, 여성, 히스패닉 등 소수자 연합 에만 머물지 않고 , 백인 노동자층에서의 기반 구축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한 에너지 레벨과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다양한 반 트럼프 유권자 진영을 공통의 지반으로 묶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후보가 아직 선명하지 않다.

물론 트럼프는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니다. 트럼프가 북풍을 활용한다면 스펙터클한 평화 캠페인일 가능성이 높다. 대선 직전 김정은의 워싱턴 방문 같은 퍼포먼스 같은 것 말이다. 중동이나 남미의 상황을 이용한 반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시대 이후 리버럴이 당선되면 국제 자유주의 질서가 다시 생명력을 가지고 부활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자이한과 같은 낙관주의 전략가는 지구적 디스토피아 속에서도 미국은 홀로 퇴각해서 셰일 에너지 기반으로 번성할 것이라고 하지만, 사학자 우다드는 최근 신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해관계와 문화적 동질성에 따라 미국이 분열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기후변화의 파괴적 영향이 차츰 현실화되고 있는 오늘날, 양극화와 기후변화는 예외 상황에 준하는 급진 정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유주의는 이를 실천할 정치자본과 힘이 없다. 미국과 유럽은 우파 포퓰리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오늘날 자유 민주주의 체제는 숨을 헐떡이며 노쇠하고 있다. 지금은 자유주의 질서의 쇠락과 이행기다.

저자는 ‘우리는 파시즘에 반대하고 오바마 체제와의 비판적 연대 속에 더 인간다운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단순한 적대화의 욕망과 싸우면서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은 스스로 대담한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 제도권 정치 바깥 시민들의 각성과 강력한 운동은 사활의 문제다. 시민사회는 그린 뉴딜과 그린 지구체제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를 현실 정치의 흐름으로 지혜롭게 전환시켜야 한다.

 

에필로그, 다가올 충격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트럼프 시대의 충격과 불안이야 말로 성찰적 질문을 통해 모든 기존 가정을 돌아보고 새롭게 생각 근육을 단련하는 소중한 건강검진의 기회이다. 저자 스스로 점검하고 있는 태도 몇가지

  1. 무지에 대한 겸손한 태도로 부단히 질문해야 한다.  오늘날은 모든 근본 개념의 내용이 다 흔들리는 시대이다.
  2.  다양한 미래에 대한 열린 사고로 부단히 질문하라.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층적 판단과 개입이 필요하다
  3. 개연성이 아니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집단적 실천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개연성이 높은 미래에 수동적으로 임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다양한 미래의 잠재성은 이미 우리 현실 속에 내재하기 때문이다.
  4.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단련한 지식이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과 혼돈의 시대에는 과감히 리스크를 건 개입 속에서 실패해 가면서 많은 지식이 축적되는 법이다.
  5. 글로벌 담론에 익숙해져야 한다. 글로벌 담론의 맥락과 지형을 깊이 있게 이해할 때에만 머리 위에서 트럼프를 들여다보고 트럼프와의 협상은 물론 그 이후 미국의 포석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6. 대전환기에 걸맞은 ‘인텔리전스 레짐’이 시급하다. 트럼프 시대라는 대전환기는 근대 후발자 시기에 형성된 지적 콘텐츠 생산, 유통 시스템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한다.
  7. 서구 자유주의와 중국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생태 문명대의 비전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와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세계관과 국제 협력 거버넌스, 그리고 창의적 정치 제도의 창출 실험이 필요하다.
  8. 미리 세대 중심의 세대 공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기성 세대들은 미래 세대로부터 배우려는 태도가 결여되어 있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미래에 이미 도달한 세대에게 배우지 않는 나라는 ‘심리적 고물’에 갇히게 된다.

 

 

 

 

 

카테고리: 논픽션, Reading | 댓글 남기기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 – 피터 자이한 (2019)

2414B563-52B0-4943-8E9D-E513E23F4154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 – 피터 자이한 (2019) The Absent Superpower (2017)

”세계 질서의 붕괴와 다가올 3개의 전쟁”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의 저자인 피터 자이한이 2017년에 미국에서 펴낸 두번째 책. 우리나라에는 지난 1월에 출판. 그의 첫번째 책 출간 이후의 몇가지 업데이트와 조금 더 상세한 얘기를 하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미국에서의 셰일 산업의 발전 사항에 대한 업데이트, 2부는 셰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결국 미국이 사라진 세계에 일어날 수 있는 주요 전쟁 3가지, 3부는 미국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다.

1부에서는 셰일 산업이 저자의 첫번째 책이 출판된 2014년 이후로 어떤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는지 얘기한다. 기술 부분은 지루해서 대부분 패스. 결과적으로 2014년 11월 셰일 석유의 손익분기 비용은 배럴당 75달러였는데, 2016년 11월에는 새로 시추하는 유정의 경우 배럴당 생산비가 40달러대로 하락했다고 한다. 같이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공급시설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 한다. 향후 30년간 천연가스는 1,000 ft3당 4달러 이하에서 안정될 것이라 본다. 저렴하고 공급이 안정된 천연가스는 발전용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여 복합화력 발전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 4인가족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으로 평균 1100달러 절약, 전기료로 평균 750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저렴한 에너지 가격 외에 다른 긍정적 영향은 일자리이다. 미국 상공회의소 추정으로는 셰일 산업으로 인해 새로 창출된 일자리가 2015년 기준 250만개이며 2020년까지 추가로 50만개가 늘어날 거라 예상한다. 내수가 경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무역도 캐나다와 멕시코가 대부분인 미국이 굳이 다른 세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거라는 저자의 주장은 이렇게 강화된다.

2부에서는 미국이 사라진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저자는 세 개의 전쟁을 이야기한다. 첫번째는 러시아의 확장이다. 서부로는 발트 3국과 폴란드 방향이다. 발트 3국으로의 확장은 스칸디나비아 3국과 덴마크의 참전을 유발하며, 전통적으로 이들 국가의 동맹이며 러시아의 앙숙인 영국도 참전하게 된다. 폴란드로의 확장은 결국 독일의 재무장을 유발하며,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대응하게 된다. 러시아 남쪽으로의 확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 지역의 강국인 터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시리아에서 이미 러시아는 작전을 시작했다고 본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석유의 양은 평화시절보다 결국 급증하게 되며, 북해 유전만으로는 부족해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까지 석유를 끌어올 수 밖에 없을 거라 한다.

두번째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의 대결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운송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며, 유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사우디는 홍해 방향으로 석유를 수출하려 하고, 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유럽으로의 공급을 용이하게 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멀고 위험한 동북아시아로의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결과가 된다.

세번째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중국과 일본의 대결이다. 저자는 중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위험요소가 많다고 평가한다. 첫번째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통합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경제의 위험요소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유의 공급가 인상 및 공급량 감소는 중국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중국은 자체 석유 생산도 있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부터의 공급이 있지만,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이 없으면 그 부족분을 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동으로부터의 항로가 중요한데, 그 경로 주변에 군사력을 투사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으로 저자는 본다. 일본도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공급이 중요해지는데,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원양해군력을 가졌기에 이 해역에서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무척이나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 쪽에 합류하면 일본이 힘들어질 것이고, 일본 쪽에 합류하면 중국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중국 내부 요인의 한계로 인해 결국 일본이 이 지역에서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한국은 일본 쪽으로 합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의 관계로 인해 한일 동맹은 쉽지 않을 것임을 지적하며, 중국을 압도한 일본의 해군이 한반도에 어떤 위협이 될지에 대해서 한국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한다.

이러한 세가지 전쟁으로 인해, 결국 유럽, 중동, 동북아시아는 활력을 잃게 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지역들이 있다 한다. 그 중의 하나는 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 경제권이라 한다.

3부에서 저자는 미국이 향후 관심을 가지게될 지역이 이러한 동남아시아 경제권과 바로 앞마당인 중남미 경제권 일것으로 본다. 동남아시아 경제권에서의 영향력을 두고 미국과 경쟁을 할만한 세력은 이제 더이상 중국은 아닐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이 책에서는 첫번째 책 대비해서 미래를 전망하는 부분이 더 상세해졌고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자이한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갈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조사자료는 방대하고, 그의 결론이 흘러가는 방향은 지극히 논리적이다.

안병직 교수가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자이한의 관점은 미국에 대해서는 낙관주의,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비관주의 일변도이며, 금융 측면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제 한일관계도 이전과 달라지게 될 것이며, 한미 관계, 남북 관계, 북미 관계, 한중 관계, 북중 관계, 중미 관계 등등 어느 하나 이전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끼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어느 하나 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터 자이한의 시나리오는 많은 생각거리들에 대해 유용한 관점을 우리 일반인들에게 제시한다.

쉽게 감정적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며, 쉽게 우리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려서도 안 될 것이다. 냉정하게 실리를 따져서, 최대한 온전한 형태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할 수도 있다.

 

 

 

카테고리: 논픽션, Reading | 댓글 남기기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피터 자이한

9B98F488-DC42-4A85-98AB-6354104D78B6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 피터 자이한

The Accidental Superpower

“미국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이탈하고 스스로 고립주의를 선택할 것이다.”

피터 자이한, 스스로를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 통계학, 안보 전문가로 소개하고 있다. 민간정보 기업인 Stratfor에서 분석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2012년에 자신의 회사인 Zeihan on Geopolitics를 설립했다. 2014년에 미국에서 나온 이 책은 자신과 자신의 회사의 역량을 홍보하는 역할이 클 것 같다.

지리, 역사, 정치, 사회 등 다방면의 지식을 모아서 분석하는 내공은 상당해 보인다. 그는 지정학과 인구통계학을 결합한 프레임을 기반으로 과거의 역사를 리뷰하고, 현재의 상황을 상당히 명료하게 분석한다.  다만 미래를 전망할 때는 그의 외삽이 조금 과해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지난 몇 년간의 미국의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되는 듯 해서 그의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생각된다.

저자는 먼저 어떻게 미국이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기술한다.(주1) 2차 대전 이후의 세계는 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기반으로 형성된다.(주2) 미국이 자신의 동맹국에게 미국 시장을 개방하고 안보를 제공하는 이 브레튼우즈 체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 사회의 모습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오랜 기간 동안 앙숙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이 상호 협력해서 유럽 연합을 만들었다. 세계 곳곳의 유럽 식민지들이 자유를 찾았다. 일본은 이제 더 이상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위협이 되지 않았고,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중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로부터의 위협 없이 내부 통합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아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모습은 그 이전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기이한 일이었다. 세계 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모든 것, 에너지 공급 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접근,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브레튼우즈 체제 기반하에서 발전했다.

저자는 이러한 체제가 앞으로 심각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2015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세계의 변화를 구성하는 세가지 요소를 도출한다. 첫째는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 둘째는 인구역전 현상, 셋째는 셰일 혁명이다.  그 모든 격동을 미국의 입장을 중심으로 하여 분석한다.

애시당초 브레튼우즈 체제는 소련의 견제를 목적으로 출범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에 소련은 붕괴했다. 오늘날의 러시아는 그 이전의 소련만큼의 위협적 대상은 아니다. 저자의 첫번째 질문은 브레튼우즈 체제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자유무역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미 해군은 연간 족히 1,500억달러를 쓴다. 미국이 이 체제로부터 전략적 이득은 얻지 못하면서 체제 유지비용을 계속 부담하고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면 브레튼우즈체제는 존속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인구 역전 현상은 주요 국가의 연령대별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의 결론은 이 부분에서도 미국만이 인구 역전 현상으로 인한 충격을 가볍게 겪을 것이라 말한다. (주3)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세번째인 셰일 혁명이다. 미국은 지난 30여년간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였지만,  2014년 기준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보다 석유를, 러시아보다 천연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생산국이다. 세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중동으로부터의 석유 운송 체계에 더 이상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현재의 세계 정세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은 서서히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이탈하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인구 구조는 역전되고 있으며, 셰일 혁명은 미국으로 하여금 에너지 유통 경로를 방어할 필요가 없게 하였다. (주4) 미국은 에너지와 식량을 모두 자급자족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에서 미국은 나머지 세상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된다. 결국 ‘개입하지 말자’가 세계를 대하는 미국의 기조가 된다. 오랫동안 미국의 보호를 받고 사는데 익숙해진 나라들은 이제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한다.

저자는 이제 미국의 안보 우산 때문에 얌전히 지냈던 나라들은 이웃나라를 상대로 마음껏 도발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전제하고, 전세계의 주요 국가,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진행한다. 결국 유럽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며, 캐나다는 분열될 것이라고 본다. 중국 역시 북부, 중부, 남부를 통합하고 있는 결속력이 약해질 것으로 보며, 일본의 팽창주의는 중국을 계속 고민케 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도.)

대만과 한국의 입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지정학적으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국가이고, 뛰어난 산업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의 동맹 체제에 포함시키는데 드는 비용이 크다고 본다.  다만 한국, 대만이 동남아시와 오세아니아의 나라들과 엮여서 경제 클러스터를 형성한다면, 미국에게도 매력적이 될것이라 한다.

전세계적으로 혼란이 가중되겠지만, 미국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는게 저자의 결론이다.

지난 번에 읽은 [예정된 위기]의 저자 안병진 교수님은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라는 책에서 자이한의 논리가 지리학적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으나, 전 지구적인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는 측면은 자이한이 놓친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만의 위기가 아니고 전세계적인 위기로 퍼져나갔고, 그 영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렇게 주요 국가들은 금융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과연 미국이 피터 자이한의 논리대로 완전한 고립주의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가 전세계를 흔들고 있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에 대해서 여야할 것없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은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아직 놓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안보에 대한 부담을 이제는 동맹국들에게 넘기려 하는 모습은 마치 후퇴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에 함대를 파견하라고 한국과 일본에 요구하는 모습은 일견 소름끼칠 정도이다.

전세계적인 패권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움직임과 세계 무대에서 퇴장하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언뜻 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결국 오버랩되면서 수렴해갈 것이다.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도발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일본의 우익이 지향하는 바가 어렴풋이 짐작되기도 한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은 정치 외교에서 세계적인 시각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갈지 미리 알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 어려운 시절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주1) 저자는 이집트, 오스만 투르크, 이베리아(스페인과 포르투갈), 영국, 독일이 어떻게 각각의 역사적 시점에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두가지 요소는 지리적 위치와 기술의 상호작용이었다. 영국은 이베리아보다 원양 항해기술을 더 잘 이용했고, 독일은 영국보다 산업화를 더 잘 활용했다. 그러나 이 두 요소를 더 잘 활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지리적 입지가 있었으니, 그게 미국이었다. 거대한 곡창지대를 보유한 미국 땅은 미시시피 강을 중심으로 하는 수로로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교역을 통한 자본 창출이 용이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주변 국가들 중에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없으며, 아시아나 유럽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미국은 지리적 이점나 기술발달(즉, 산업화) 측면에서 기존의 어떤 강국보다 유리한 입장이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산업기술들이 확산될 무렵, 미국에는 이미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역량을 갖춘 교육 체제와 금융 체제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도시 중심지가 50개에 이르렀다. ” (115p)

(주2) 미국은 1890년 부터 세계의 초강대국이 되었고, 이 막강한 힘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제 2차 세계 대전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은 막강한 지상 군사력을 지닌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브레튼우즈 체제를 구축하였다. “자유무역”을 캐치프레이즈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추진하면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세가지를 제시하였다. 첫번째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두번째로 모든 해상 운송의 보호, 세번째로 전략적 우산이었다. 미국 시장은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고 살아 남은 거의 유일한 시장이었기에 모든 나라들이 진입을 원하는 시장이었다. 그러한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해상 운송이 필수적이다.  그 이전 시대에는 이 해상 운송은 항상 위험하였기에 각 나라 별로 별도의 해군력을 운용해야 했으나 이제는 미국이 해상 운송을 보호해주겠다고 하니, 더이상 바랄 나위가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다른 나라의 해군력은 사실상 한계에 달했지만, 미국은 6,000척이 넘는 해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러한 체제에 합류화는 나라는 모두 소련으로부터 보호해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단 한가지 조건은 “냉전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도록 내버려둔다는 조건이었다.” 이 세가지 조건은 당시 서유럽 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기에 브레튼우즈는 삽시간에 확대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도 1969년 소련과의 국경 분쟁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주3) 청년층, 장년층, 노년층 등 각 연령대 별로, 소비와 투자의 패턴이 다르다. 청년층은 소비대비 소득이 크지 않지만, 장년층은 소득이 늘어 잉여 소득을 자본시장에 투자하게 된다. 선진국 전체에서 장년층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잉여자본이 창출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이 은퇴하는 시기가 되면,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는 하지 않으며 대부분 연금을 받게 된다. “몇 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금융부문 전체가 완전히 뒤집히게 된다. 자본을 제공하던 거대한 세대 대신에, 규모가 작은 세대가 등장하게 된다. 자본 비용은 역사상 최저에서 역사상 최고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게 된다. 특히 역사상 가장 덩치가 큰 은퇴 집단의 연금과 의료비 지출을 고려하면 말이다.” (161p) 이는 전세계 선진국 전체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저자는 지금까지와 같이 자본이 풍부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 희귀한 사례이며, 앞으로도 이런 시대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 부분에서도 다른 나라 대비 유리하다. 미국에서만 이러한 인구역전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인구가 다른 주요 국가 대비 가장 젊으며, 이민자들이 잘 동화할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은 인구 감소가 겨우 한 세대 동안 발생한다. 미국만 유일하게 1980년에서 199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Y세대)가 인구 구조를 역전시킨다고 한다.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는 다른 주요 국가에서 소비 시장의 성장은 곧 정점을 찍게 된다. 2030년이면 미국만이 자본이 풍부한 유일한 나라, 시장이 성장하는 유일한 나라로 남게 된다고 본다.

(주4) 2008년 현재 미국 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4%, 이 가운데 5% 정도는 에너지다. 지난 6년 동안 셰일은 이 5%를 절반 정도로 줄였고, 앞으로 0이 될 전망이다. 수출은 10%정도인데, 북미 지역이 이 중의 1/3을 흡수한다. 결국 미국은 세계 에너지 안보, 무역 공급 사슬의 안보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무역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잃게 된다.

카테고리: 논픽션, Reading | 댓글 남기기

QT03 20190731

본문

시편 118:19~29

21 건축자가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23. 이는 여호와께서 행하신 것이요 우리 눈에 기이한 바로다. 24 이 날은 여호와께서 정하신 것이라 이날에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리로다.

27 주는 나의 하나님 이시라 내가 주께 감사하리이다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주를 높이리이다. 28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요약

건축자의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주춧돌이 된다. 하나님이 행하신 일로 인해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리로다. 하나님이 축복하시고 빛을 비춰 주시니 주께 감사하고 주를 높이라.

제목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의 이름을 높이라.

묵상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을 기억하고, 하나님 께서 빛을 비추셨음을 잊지 말자. 하나님을 찬양하고, 주께 감사하자. 하나님이 선하시고 인자하신 분이라는 것을 믿고 의지하자

적용

우울한 기분으로 계속 머물지 말고, 항상 활기차게 주변 사람들을 대할 수 있게

기도

주께 찬양하고 주로 인해 기뻐하며, 주 안에서 평안할 수 있게 하소서.

카테고리: QT | 댓글 남기기

예정된 위기 – 안병진

요새는 하루하루가 괜시리 긴장된 날들이다. 회사 업무도 지난 몇 주간 정신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챙길 것이 많은 날들이었다. 거기에 한일 관계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날들이다. 미국은 당연하지만, 한일 관계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의 서투른 봉합이 가진 한계를 목격해서일까, 미국 측에 유리한 상황이기에 사태의 진전을 내버려 두고 있는 걸까.

트럼프의 등장으로 시사되는 미국의 변화는 어떤 것일까. 갑작스러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그 자체를 목적이라고 믿기는 힘들다. 미국 본토인들은 남북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트럼프의 재선에 조금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 비중이 얼마나 클까. 그러다보니 중국을 견제하는 큰 그림에서 어떤 포석인지 궁금해진다.

방위비 분담액 증액 이슈에서도 느껴지는 바와 같이 미국은 전세계적인 군사력 전개에 대해 그 필요성과 유용성을 다시 질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셰일 가스가 미국 본토에 넘치도록 있는데, 굳이 미국이 중동에 신경을 써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건 중국과 러시아. 중국이 막강하지만, 미국 경제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중국과의 신경전은 구 소련과의 냉전과는 구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상호 협력 관계로 가는 것은 결국 미국의 압박 때문이겠다. 절묘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세력과 미국의 동맹국이 만나는 곳이 하필이면 한반도이다. 왜 늘 이래야만 하는 걸까. 이 상황에서 남북 문제는 중러 연합과 한미일 동맹 사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걸까. 남북은 종전을 선언하고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을까?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나아가서 국교 정상화까지 갈 수 있을까? 얼마나 걸릴까?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은 어떻게 나올까?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어떠한 생각으로 임해야 할까? 그리고 얼마나 오래 걸릴까?

어떤 전문가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금 시점에서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궁금해서 어떤 책이 있을까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캡처

저자인 안병진 교수님음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미국에서 미국 정치를 가르치다 현재는 경희대에서 미국학과 교수로 재임중이시다. 저자는 1962년의 쿠바 사태의 진행 과정에 참여했던 미국 케네디 정부, 소련의 흐루쇼프,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의 행보를 집중적으로 리뷰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결국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서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을 보여준다.

그 프레임중 하나는 ‘베두인 전설’이다. 늙은 베두인 족장이 정성껏 키우던 칠면조를 누군가 훔쳐갔다. 족장은 큰 위험을 느끼고 두려워 하면서 아들에게 경고했으나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무시했다. 결국 어느 날 낙타도 도둑 맞았고, 족장 아들의 딸이 강간을 당하기에 이른다. 족장은 이렇게 한탄한다. “칠면조를 훔쳐갈 수 있다는 걸 놈들이 알았을 때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바라보는 케네디 정부에게 쿠바는 칠면조이다. 쿠바에 미사일 배치를 용인하는 순간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위기의식이 케네디를 지배했다. 그 첫번째가 베를린이었다. 당시 동독의 한가운데 있던 베를린 서부 지역은 미소 대결의 주요한 전장이었다.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배치의 목적이 베를린을 장악하려는 흐루쇼프의 큰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이것이 두번째 프레임인 ‘베를린 대전략 가설’이다.

이 책은 당시 위기의 단계별로 나타난 케네디 정부의 대응과 그에 이르기까지의 의사 결정과정을 ‘베두인 전설’과 ‘베를린 대전략 가설’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의사 결정이 이러한 프레임을 인정하고 나면 더 깔끔하게 설명될 수 있음을 보인다.

쿠바 위기는 그 진행 과정 중에 케네디와 흐루쇼프가 차츰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게 되었고, 그 의도가 ‘베두인 전설’이나 ‘베를린 대전략 가설’ 같은 것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서 케네디는 결국 소련의 흐루쇼프와 핫라인을 설치하게 되고,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까지 추진하던 중에 암살되고 만다. 후임자는 당시 부통령이면서 민주당내 강경파였던 존슨. 그는 베두인 전설 프레임에 기반한 의사 결정으로 미국을 베트남전이라는 수렁으로 이끈다. 소련에서도 흐루쇼프가 쿠바 위기의 후유증으로 인해 실각하게 되고, 보다 호전적인 브레즈네프가 들어서면서 냉전은 더 연장되고 말았다.

‘베두인 전설’ 같은 프레임이나, 그 이전에 겪었던 강렬한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 등이 쿠바 위기에서 양측의 의사 결정 과정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짚어보면서 저자는 이 과정에서 얻게 된 깨달음을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적용시켜보고자 한다.

저자는 북한이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지를 생각해보자고 한다. 한국 전쟁 때 미국의 어떤 장군은 ‘북한에 대한 폭격을 통해 북한을 석기시대로 돌려 놓았다’고 할 정도로 북한은 미국의 군사 전력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한다. 북한 입장에서 소련과 상대했던 미국의 가공할 만한 핵전력은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격심한 신경발작적 반응을 보이게 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은 ‘허드슨 하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B-29 폭격기를 평양으로 날려 보내어 모의 핵폭탄을 투하한 적도 있다고 한다. 거대한 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본 당시 평양에 있던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트라우마는 어땠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저자는 북한 지도부가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북한에게 있어서 핵무력은 결국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수단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핵무기 획득 자체가 목적이라면 은폐하려 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이스라엘 처럼 모든 것을 지하에 건설해야했을 것이라 한다.

저자는 그렇다고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시 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추구는 수십년간의 경제 제재와 봉쇄를 초래했으며, 북한 정권은 언제나 교체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으며, 북한 국민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나라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북한의 핵포기가 가능하냐고 하는 질문에, 저자는 그렇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한다. 쿠바와 국교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은 오바마 시대 전까지만 해도 비웃음을 샀다고 한다. 오바마 시대 이르러 미국과 쿠바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국교 정상화를 이루었고, 오바마는 쿠바를 방문하기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가 되면서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한다. 북한 핵무기도 이와 같은 측면이 있다고 본다. 미국과 쿠바의 관계보다 더 다양한 국제 관계가 작용하는 한반도에서 북한 핵문제는 수많은 행위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게임이다. 상대방이 두는 수에 따라서 부단히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바둑과 같다. 필연적 미래를 상정하는 결정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상황에 따라 핵문제는 한없이 연장될 수도 있고, 어느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때에 갑작스러운 해결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쿠바 위기 이후에도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까지 5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미완성이다. 북한과의 평화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베두인 전설’ 같은 프레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면한 이슈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을 (마치 쿠바 위기 때 캐네디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계속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내는 것은 정치적 용기와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전자책으로 읽어서 책 두께에 대한 감이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종이책으로 36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결코 적지 않았다. 쿠바 위기의 진행 과정은 상당히 자세해서 그 과정의 디테일에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했다.

안병진 교수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라는 책을 2016년도 후반에 읽고 참 감명 깊었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지난 미국 대선의 구도를 진단하면서 민주당의 승리를 예측했었으나 현실은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미국 전문가인 저자도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지 못했었다. 그 책이나 이 책에서도 느껴지는 바 저자는 리버럴한 이상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때로는 그 이상으로 인해 현실의 냉엄함을 놓치는 것은 아닐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 이상에 대한 희망으로 인해 현실의 결론도 그 방향으로 바이어스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우려 정도.

그럼에도 이분의 논의 자체는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카테고리: 논픽션, Reading | 댓글 남기기

QT02 20190730

본문

시편 118:8~18

14 여호와는 나의 능력과 찬송이시요 또 나의 구원이 되셨도다

18 여호와께서 나를 심히 경책하셨어도 죽음에는 넘기지 않으셨다

요약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며 의지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능력과 찬송이시요 구원이 되신다. 하나님은 우리를 죽음에 넘기지 아니하신다.

제목

나의 능력이시요 찬송이시며 구원되시는 하나님

묵상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며, 하나님이 그동안 내 삶을 통해서 역사하신 바를 기억하자.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은 일을 이루셨던 가를 돌아보자.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사람을 의지하고, 권력을 구하는 것보다 더 지혜로운 일이다.

적용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하나님의 크심을 기억하며, 여유를 가지고, 스트레스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주변의 사람들을 격려하고 힘을 북돋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기도

일상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을 기억하며, 감사를 잃지 않고, 기쁨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제 마음을 지켜 주시길 기도합니다.

카테고리: QT | 댓글 남기기

QT 01 20190729

 

본문

시편 117

  1.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2.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

시편 118

  1.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2. 이제 이스라엘은 말하기를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할지로다
  3. 이제 아론의 집은 말하기를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할지로다
  4. 이제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는 말하기를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다 할지로다
  5. 내가 고통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여호와께서 응답하시고 나를 넓은 곳에 세우셨도다
  6. 여호와는 내 편이시라 내가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할까
  7. 여호와께서 내 편이 되사 나를 돕는 자들 중에 계시니 그러므로 나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보응하시는 것을 내가 보리로다

요약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찬송하며, 그 하나님이 나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고 내 편이 되신다는 고백

제목

응답하시고 보응하시는 하나님

묵상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고, 인자하신 분이며, 영원히 계시는 분이다. 창조주이시며 영원히 존재하시는 그분의 선하심을 인정하고, 그분의 인자하심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 분을 경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그분을 경외하며 나아갈 때, 그분은 우리의 찬양을 받으시며, 우리가 고통 중에 부르짖을 때, 귀 기울이시며 응답하신다.

적용

일상 중에 내게 주어진 일에 집중해서 일하는 것은 일하는 자로서 응당 그러해야 하겠으나, 일에 과도하게 매몰된 나머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문득 잊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닥친 일이 주는 스트레스를 너무 크게 느낀 나머지, 하나님의 선하심과 그 분의 인자하심을 문득 잊고 만다. 어떠한 어려움도 결국 하나님께서 다 이겨낼 수 있게 하심을 믿고 의지하며 그 분께 부르짖으며 나아가야겠다.

기도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하나님을 잊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믿고 의지하오니, 그 선하심과 인자하심으로 나를 둘러 싸 주소서. 하나님 내가 고통 중에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당신께 고합니다. 하나님 나의 마음을 당신의 평안으로 채우시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온유함을 허락하여 주소서.

카테고리: QT | 댓글 남기기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 – 이헌모

저자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아온 것 뿐아니라, 전공 자체가 정치학이다. 정치학자로서 오랫동안 일본 정치를 지켜보아 왔던 저자가 일본 정치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책을 내었다.

이런 분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무엇일까?

1. 아베는 왜 갑자기 수출규제를 들고 나왔을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은 너무 최근 질문이다. 이 책은 2018년 8월 기준으로 봐야한다

2. 일본의 우경화는 계속될까? 현 시점의 관찰로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다.

3. 일본의 개헌은 가능할까?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함.

1990년대 초에는 개헌 논의가 일부 보수 우익에서나 나왔지 사회 전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기피되는 주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여론에 못지 않게 비등해졌다. 이를 저자는 개헌론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아베의 장기 집권과 결합해서였던 것으로 본다. 그는 이를 ‘나시즈쿠시(済し崩し: 일을 조금씩 처리함 )’적 개헌 과정이라고 소개한다.

개헌 자체는 일본 국민이 선택한 결과이니 이웃 나라에서 과연할 사항은 어차피 아니라 한다. 문제는 그런 개헌을 언젠가는 기정사실이 될 것을 인정하고 그 현실적인 위협에 대해서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KakaoTalk_20190724_203553958.jpg

카테고리: 논픽션, Reading | 댓글 남기기

붕괴(Crashed) by 애덤 투즈

20190720_011453.jpg

 

<붕괴(Crashed)> by 애덤 투즈

2008년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고, 그 이후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그 흐름을 기술한 책.

경제사학자인 저자 애덤 투즈는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 독일에서 자랐고, 케임브리지, 베를린, 런던 등에서 학위과정을 마치고, 예예일대를 거쳐 콜롬비아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저자는 그 버블 형성과정에 유럽의 금융 기관들도 상당히 많이 관련되어 있었음을 보인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위기 상황을 진정시키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양적완화 외에도) 미 연준 주도의 통화스와프 협정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금융기관 뿐 아니라 유럽의 금융기관들에게도 미국에서 공급한 달러 유동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같이 지속적인 양적완와 정책을 펼치지 않았는데, 이는 2010년이후의 유로존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스에서 부터 시작된 유로존 위기는 아일랜드, 스페인에게까지 퍼져갔다. 반복되는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토의하고 결정해서 실행하는데 있어서 EU는 신속하면서도 강력한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독일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거의 실행되지 못한 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반복되는 경제 위기에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앨런 그린스펀 이후 진행된 미국 금융의 세계화는 결국 극단적인 빈부 격차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고 저자는 질문한다.

경제 위기와 그에 대한 대응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었다고 하는데, 그 열매가 상위 극소수에 집중되면서 서민들에게 회복은 체감되지 않았다 한다.

지지 부진한 경기 회복과 가속되는 빈부 격차는 각국에 극우 보수주의 정치 세력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얘기하게 되었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극우 보수당이 선거에 참여하여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중국의 빠른 성장과 새로운 극우 세력의 등장으로 인한 미국, 영국, 유럽의 정치 지형도 변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던지게될 질문들이 1914년 1차대전 발발 전에, 그때 가졌던 많은 질문들과 유사하다고 본다. 그 유사성은 곧 따라올 위기와 관련이 있을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며 책을 마친다

***********************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모르는 문장도 모르는 단어도 많지만, 저자의 필력이 상당하여 꽤 재미 있게 읽었다. 매 챕터마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미국 출장 왕복 비행기 안에서 완독

카테고리: 논픽션, Reading | 댓글 남기기